'AI 시대 도래'… 일자리 소멸보다 ‘직무 전환 훈련’ 시급

▲경기도일자리재단 전경.
인공지능(AI) 기술이 지식집약적인 사무직(화이트칼라) 영역까지 빠르게 파고들면서 고용 시장의 대대적인 판도 변화가 예고됐다. 이에 대응해 단순히 기존 일자리를 지키기보다 노동자들이 새로운 기술 환경에 연착륙할 수 있도록 ‘직무 전환 훈련’ 중심의 선제적 정책 패키지를 구축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경기도일자리재단 일자리연구센터는 최근 노동시장의 AI 확산 현황을 심층 분석하고 선제적인 고용 정책 방향을 담은 GJF고용이슈리포트 ‘인공지능 전환 시대의 고용과 일자리정책’을 발간했다고 밝혔다. 이번 보고서는 생성형 AI와 대규모 언어모델(LLM)의 급격한 확산이 실제 고용과 직무에 미치는 영향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정책적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기업들의 AI 도입률은 지난 2023년 55%에서 2025년 88%로 불과 2년 사이에 급격히 상승하는 등 산업 현장의 체질 개선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연구센터는 AI 기술에 대한 잠재적 노출도가 높다고 해서 이것이 곧바로 대량 해고나 일자리의 완전한 소멸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대다수 직무에서는 일자리가 통째로 사라지기보다, 직무 내부에서 수행하던 업무의 구성과 방식이 바뀌는 ‘직무 내부 과업의 재편 및 변형(Job Transformation)’이나 ‘생산성 보완’ 형태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보고서는 특히 기술 혁신의 충격과 전환 비용이 취약 부문에 불균등하게 집중되는 ‘비대칭성’ 문제를 경고했다. 실제로 국내 대기업의 AI 활용률은 40%에 달하지만 중소기업은 12% 수준에 머물러 기업 규모에 따른 격차가 매우 큰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직업 자체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보다 기업들이 직무 경험이 없는 신입(Entry-level) 채용을 기피하면서 ‘청년층의 입직 경로 약화’가 실질적인 고용 위협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짚었다. 최근 국내 청년층 구인 공고가 급감하는 현상 등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가 더욱 고착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AI 노출 진단과 함께 훈련, 전직 지원, 장려금, 창업 지원 등을 촘촘히 결합한 ‘AI 대응형 일자리정책 패키지’를 제안했다. 우선 실업 이전 단계에서 직무코드를 기반으로 AI 노출도를 상시 진단하고 체계적인 경력 재설계를 돕는 ‘AI 전환 진단·원스톱 서비스’와 일반 사무·행정직 노동자들이 AI 기술을 실무에 접목하거나 직무를 성공적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AI 전환 훈련바우처’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와 함께 고노출 직무에서 이탈한 구직자들이 민간 기업으로 전직하기 전 실무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공공형 AI 전환 지원 일자리’ 마련을 촉구했다.
동시에 기업 측면의 연착륙을 돕기 위해 직무 재설계와 현장 훈련을 연계해 기존 직원을 해고하지 않고 적재적소에 재배치하는 중소기업에 ‘AI 전환 채용·재배치 인센티브’를 제공할 것을 제안했다. 더불어 제조 AX(AI 전환) 솔루션 등 기술 도입에 따른 보완 서비스 수요를 신규 시장 개척과 일자리 창출로 연결하는 ‘창업·스케일업 패키지’ 지원책도 함께 강조했다.
백준봉 경기도일자리재단 일자리연구센터 연구위원은 “인공지능 전환 시대의 고용정책은 기존 일자리 형태만 고집하는 고립된 방어망에 그쳐서는 안 된다”라며 “노동자들이 연착륙할 수 있도록 포용적 기술 확산과 질 좋은 직무 전환을 지원하는 유연하고 통합적인 안전망을 꼼꼼하게 다져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